AI로 들어가는 돈의 규모를 보면서, 이 돈이 실제로 어떤 회사를 키워 낼지 자꾸 궁금해진다. 특히 관심이 가는 쪽은 AI를 제조업에 들여오는 사업이다. 여기서 모델에 돈을 대는 것은 과정의 한 부분이다. 고객이 그 모델을 공장에서 실제로 쓰게 만들려면 다른 종류의 결단이 필요하다.

나는 한국의 창업 지원 기관인 GCCEI에서 일하면서 초기 단계 벤처 펀드 조성을 돕고, 기업 파트너와 실증을 해 볼 만한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일을 했다. 그래서 이번 투자 붐을 투자자와 잠재 고객의 입장에서 함께 보게 된다. 어떤 기술은 공장이 거기에 기댈 준비가 되기 전에도 투자할 만큼 유망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 두 결정 사이에 해야 하는 일의 비용은 누가 대는가?

돈의 규모를 보면 이 질문은 따라가 볼 만하다. Crunchbase는 2025년 AI 기업이 받은 벤처 투자를 2,110억 달러로 집계했다. Bloomberg는 Global SWF를 인용해, 국부 계열 투자자가 AI와 디지털화에 660억 달러를 투자했다고 보도했다. 이 두 숫자를 더하지는 않겠다. 집계 범주가 다르고 서로 겹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합계를 키우는 것보다, 각 투자자가 무엇에 돈을 댈 준비가 되어 있는지가 더 궁금하다.

첫 공장 설치의 자금 조달

이 질문을 따져 보기 위해, 한국 공장에 AI로 제어되는 로봇을 설치하려는 가상의 스타트업을 하나 상정한다. 고객이 구매하기 전에, 스타트업은 로봇이 고객의 부품을 안정적으로 다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한다. 실증 기간 동안 장비와 엔지니어링 비용은 스타트업이 부담하는데, 그것이 판매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투자자 입장에서 내가 가장 꼼꼼히 볼 부분은 설치 작업 가운데 얼마만큼을 다시 팔 수 있느냐다. 벤처 자금은 초기 기업의 상당한 불확실성을 감당할 수 있지만, 성공한 투자가 실패한 투자를 메울 만큼 가치가 커져야 한다. 새 공장마다 또 하나의 대형 엔지니어링 프로젝트가 필요하다면, 매출이 늘어도 사업은 투자자가 기대하는 만큼 빨리 나아지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회사에 들어가는 돈과 회사가 쓰는 자산에 들어가는 돈을 구분해서 본다. 데이터센터는 대주(lender)가 공급 이행과 상환 가능성을 평가할 수 있다면, 자산과 고객에게서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금을 근거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반면 로봇 스타트업은 고객이 무엇을 살지 아직 알아 가는 중일 수 있다. 인프라 자본에 접근할 수 있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제품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풀리지는 않는다.

정책 투자자가 무엇을 중요하게 볼지도 열어 두고 싶다. 정부는 국내 제조업이 나아지는 데서 스타트업의 수익 이상의 효과가 생긴다고 보고 실증을 지원할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국부펀드가 적합한 투자자라는 뜻은 아니며, 재무적 요구 조건을 완화했다는 뜻도 아니다. 어떤 펀드를 배치 자금의 원천으로 보려면, 먼저 그 펀드의 투자 목적(mandate)을 읽어 봐야 한다.

AI Infrastructure Partnership

민간 투자자와 국가 계열 투자자가 함께 움직이는 구체적인 사례로, 나는 AI Infrastructure Partnership을 지켜보고 있다. BlackRock, Global Infrastructure Partners, Microsoft, 그리고 아부다비의 MGX가 2024년에 이 파트너십을 만들었고, 2025년에 쿠웨이트투자청(Kuwait Investment Authority)이 합류했다. 파트너십의 발표문은 데이터센터와 관련 전력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설명하면서, 지분 자금 300억 달러를 모으고 부채를 포함해 잠재적으로 1,000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목표를 제시한다.

나는 이 숫자들을 이미 쓴 돈이 아니라 자금 조달 목표로 읽는다. 그보다 흥미로운 것은 파트너십이 투자하려는 자산을 분명히 밝힌다는 점이다. 기관의 성격도 목표도 서로 다른 투자자들이 공동 프로젝트가 될 만한 대상을 찾아낸 것이다.

하지만 내 예시 속 로봇 스타트업에게 데이터센터는 문제의 일부만 해결해 준다. 컴퓨트가 있다고 해서 로봇이 고객의 부품을 다룰 수 있다거나 설치 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되지는 않는다. 누가 실증 비용을 대고, 실패하면 누가 손실을 떠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별도의 답이 필요하다.

제조업 고객과 일하기

내가 관심을 두는 크로스보더 기회는 바로 그 첫 설치를 가능하게 만드는 일이다. 스타트업을 공장에 소개해 주는 것도 쓸모가 있다. 하지만 잠재적인 파트너를 평가한다면, 실증으로 무엇을 입증해야 하고 비용은 누가 낼지에 대해 양측이 합의하도록 얼마나 잘 돕는지를 보겠다.

시연이 성공하더라도 공장에는 생산과 관련된 현실적인 질문이 남는다. 로봇은 얼마나 자주 멈추고, 멈추면 누가 다시 돌리는가? 개선 효과가 통합 비용을 정당화할 만큼 큰가? 투자자에게도 이와 맞닿은 고민이 있다. 스타트업이 한 현장에서 이런 질문에 답하고 나면, 다른 곳에는 더 적은 작업으로 설치할 수 있는 제품을 갖게 되는가?

나는 여기서 민간 투자와 정책 투자가 만날 수 있는 지점을 본다. 배치가 거듭되면서 제품이 제조 공정을 개선하고 설치도 쉬워진다는 것이 드러나면, 민간 투자자는 성장 여지가 있는 사업을, 정책 투자자는 국내 생산에 돌아오는 이익을 볼 수 있다. 두 결정을 모두 이해하는 파트너라면, 회사가 그 단계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일에 자금을 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지금 내가 세워 둔 가설은, AI 인프라 투자의 일부가 산업 응용 분야에 대한 공동 투자 확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다만 이것은 현재의 투자 총액이 정해 주는 일정표가 아니라, 도입에 관한 가설로 다루고 있다. 내가 지켜보는 증거는 한 공급사가 같은 제품을 여러 공장에 납품하면서 매번 맞춤 작업이 줄어드는 모습이다. 또 하나의 대형 발표보다 그런 장면이, 투자 대상 사업을 보는 내 시각을 훨씬 크게 바꿀 것이다.